피아노 인조상아 건반
달걀과 우유로 상아를 만든다
남획에 시달리는 코끼리에게 반가운 소식
천연상아의 금수조치로 벼랑에 선 상아 관련 회사들의 숨통을 터줄 듯
마침내 그럴듯한 인조상아가 나왔다. 최근 미야자와 마사유키라는 일본의 과학자가 놀랍게도 달걀을 이용해 인조상아를 만든 것이다.
그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먼저 계란 하나를 잘게 부순 뒤 그 속에 우유 리파제(lipase) 이산화티타늄(TiO₂) 칼슘수소화합물(CaH) 등을 넣어 섞는다. 그런 다음 이 혼합물을 1백℃까지 가열하고 50바(bar)의 압력 하에서 성형한다. 이렇게 모양을 만든 뒤에는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건조시킨다.
그러면 외관이 천연상아처럼 보이고 느낌도 천연상아와 규별이 안가는 물질이 생긴다. 인조상아다.
그 단단함은 코끼리의 상아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표면에 난 줄무늬까지도 비슷하다. 게다가 효과적으로 물을 흡수하는 모세관마저 갖고 있다. 이 모세관은 피아노의 건반을 만드는데 매우 유용하다. 만약 건반의 소재(상아)가 수분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면 오래 건반을 두드렸을 때 손가락이 쉽게 미끄러지게 된다.
상아의 용도는 매우 광범위하다. 상아는 재질이 단단하고 단면에 그물무늬가 있는 것이 양질로 꼽히는 데, 양질의 것은 인장(印章)이나 공예품의 소재로 쓰이고 그보다 못한 것은 당구공이나 피아노 건반을 만들 때 사용한다.
일본은 그동안 도장과 피아노 건반의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연간 80t의 상아를 수입해왔다. 또 당구공 관악기의 주둥이, 장식용 물품, 틀니를 제조하기 위해서도 매년 천연상아 50t을 들여왔다. 일본 한 나라에서 무려 1백30t의 상아가 소비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코끼리는 무척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코끼리의 상아 무덤을 찾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 때문에 마음놓고 죽지도 못하고(?) 상아만 노리고 마구 살육하는 사냥꾼들을 피해 달아나야만 했다. 차라리 상아가 없었더라면···.
점차 그 수가 줄어가는 코끼리를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뒤늦게 터져 나왔다. 일본정부도 이에 호응, 작년 9월부터 천연상아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갑자기 공급이 끊기게 되자 상아관련업체들은 난감함을 맛보았지만 곧 그 대안을 찾아 나섰다.
일본 사카이연구소의 사카이 미쓰루도 계란을 소재로 한 인조상아를 탄생시켰다.
사카이의 제조법은 그 제조기간이 짧다는 장점을 갖는다. 3cm 두께의 인조상아 두개를 만드는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과거에도 합성수지(resin)나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인조상아제조법이 있었지만 이 제조과정을 마치려면 자그마치 1년을 소요해야했다. 따라서 상업성은 애당초 기대할 수 없었다.
사카이는 자신의 공정에 대한 연구를 거의 완성해 놓았다. 이제 남은 일은 그 생산품이 과연 내구성이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해보는 실험 뿐이다.
지난 해 말부터 사카이의 연구를 후원해 왔던 '후카이화학'은 이미 인조상아를 상품화하는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지케이대학의 요코야마교수는 틀니를 만드는데 인조상아가 소재가 될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천연상아의 경우 아프리카코끼리의 상아가 인도코끼리보다 질이 좋아 값이 더 나간다. 사나운 아프리카코끼리의 상아가 어울리지 않게도 결이 더 매끄럽고 투명성이 좋으며 좀처럼 황색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조상아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자못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조상아로 만든 피아노건반
과학동아 1990년 11호